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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새로운 신화를 창조할 무대는 마련됐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북한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자 이같이 의미를 부여했다.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에서 당시 두 차례 우승에 빛나던 이탈리아를 1-0으로 꺾고 8강에 진출했던 쾌거를 44년 만에 재연하겠다는 의지다.

당시 북한은 포르투갈과 8강전에서도 전반 22분까지 3-0으로 앞서며 폭발적인 활약을 보였으나 에우제비우에게 4골을 얻어맞고 거짓말처럼 3-5로 역전패했다.

북한에는 그 대회가 지금까지 처음이자 마지막 본선무대 경험이었고 세계 축구계에 각인된 모습도 그게 전부다.

올해도 1966년 돌풍이 재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극적인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별리그부터 가시밭길이라서 현재로서는 비관론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월드컵 최다 우승국인 브라질, 톱스타를 유럽 빅리그에 공급하는 아프리카 강호 코트디부아르, 2006년 독일월드컵 4강에 오른 우승 다크호스 포르투갈과 함께 G조에 편성됐다.

1승은 커녕 승점 1도 챙기지 못하고 일찌감치 보따리를 쌀 것이라는 극단적인 예측이 기정사실로 여겨지기도 한다.

북한이 난관을 돌파할 모티브 또한 `어게인 1966년'이다.

조선신보는 "1966년 동방의 수수께끼였던 조선이 우승후보였던 이딸리아팀을 꺾을 줄이야 상상도 못했을 것"이라며 "무엇이 불가능하다면 그것은 조선말이 아니라는 명언대로 감독과 선수들 모두가 강한 의지와 배짱으로 경기에 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드러난 북한의 전력을 살펴보면 강적들을 따돌리고 16강에 오르겠다는 포부가 100% 허세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북한은 1993년 미국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한 뒤로 1998년까지 국제적 고립과 경제위기로 `고난의 행군'을 치르면서 국가대항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런 공백기는 부족한 자원을 성인대표팀 대신 유소년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쏟아부어 기초를 다지는 데 집중했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북한은 2004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17(17세 이하) 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2005년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8강, 2006년 AFC U-19 선수권 우승, U-17 선수권 준우승, 2007년 FIFA U-17 월드컵 16강 등 `젊은 피들'의 성과를 봤다.

현재 북한 대표팀에는 문인극(32)과 안영학(32)을 제외하면 리준일(23), 리광천(25), 박철진(25), 차정혁(25), 지윤남(25), 남성철(28), 박남철(25), 김영준(27), 최금철(23), 박철진(22), 정철민(22), 정대세(26), 홍영조(28) 등 거의 모두가 20대 초중반이다.

이들 `황금세대'는 월드컵 본선 한 달 전에 참가자 명단이 발표되면 출전국 32곳 가운데 가장 젊은 팀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특유의 체력과 근성에 조직력을 가미하면서 우리나라와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가 속한 최종예선 `죽음의 조'에서 2위로 살아남았다.

기본 포메이션이 5-4-1.

정대세 같은 골잡이 1명만 최전방에 떨어뜨리고 `중간방어수'와 `방어수'를 하프라인 아래에 배치해 수비만 하다가 갑자기 역습에 나서는 `주체 전법'이라고 북한은 자랑한다.

조선신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지난 4월 15일에 경기장을 직접 방문해 `조선 사람의 체질적 특성에 맞는 경기전법'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정훈 북한 감독은 "남의 것이 아닌 조선의 축구를 끝까지 관철한다는 것을 준수사항으로 간직했다"며 "상대팀 연구는 물론 깊이 해야 하지만 우리 팀의 장점을 살린 우리 식 전법대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G조의 최약체이기 때문에 본선 조별리그에서도 일단 잠그고 역습을 노리는 전략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김 감독은 본선 진출이 확정된 뒤 조선중앙TV에 출연해 "우리를 보면 많은 사람이 경기 보기가 안타까웠다고, 또 공격 좀 하지 왜 방어만 하는가 이렇게 얘기를 하지만 우리 팀이 우수한 것이 든든한 방어로부터 (나오는) 빠른 역습 속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방어도 더 잘하고 공격적인 축구를 잘해서 우리 인민들에게 시원한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말해 본선에서도 기본적으로 같은 수법으로 승부수를 던질 것임을 시사했다.

북한은 작년 6월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된 뒤에 본선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 팀들을 상대로 잠그기 전략을 시험했다.

10월 프랑스로 전지훈련을 떠나 프랑스 프로축구 낭트, 아프리카 콩고와 평가전을 치러 득실점 없이 비겼다. 11월에는 브라질 프로축구 아틀레티코 소로카바를 평양으로 초대해 역시 0-0으로 비겼다.

일단 수비에서는 합격점을 받았으나 홍영조와 정대세, 안영학 등 국외파 주전들이 제외된 탓인 듯 득점은 없었다.

북한축구 해설의 간판인 리동규 체육과학연구소 연구사는 "공격의 주력을 이루는 선수들이 참가하지 않아 팀 공격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리 연구사는 ▲무조건 이기겠다는 사상적 각오 ▲전후반을 변함없이 달릴 수 있는 투지와 인내력 ▲집단력에 기초한 방어를 강화하면서 역습속공의 위력을 높이는 것을 보완 과제로 제안했다.

북한은 이달 초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카타르 4개국 대회에서는 빠졌던 해외파가 합류하자 골맛을 봤다.

공격수 홍영조와 최철만의 득점으로 말리와 카타르를 둘 다 1-0으로 이겼고 이란에는 0-1로 졌으나 2승1패로 대회 정상에 올라 `신화 재창조'를 위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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